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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소식

[영화+책] 오! 오다기리 죠! -RJ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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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 오다기리 죠의 딩구런 눈과 얄궂은 보조개와 갸륵한 패션센스에 눈물은 급상승한다.

2. 주인공 어머니처럼 귀여운 엄마들을 주위에서 많이 봐왔다면 더욱 가슴아프다.

3. 시골 풍경을 제법 잘 살려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물씬 풍긴다.

 그래도 책을 추천한다.

=======================================================백년 전 썼던 리뷰

릠은 이웃나라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누군가 저렴한 비용으로 근처에 다녀오자 하면

조금 더 모아서 아프리카나 남미 대륙에 가겠다고 버팁니다.

조금이라도 더 생경하고 희한한 조망을 원하기 때문이지요.

릠은 소설이나 영화의 '가족'에 관한 소재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언제나 억장을 누르는 눈물과 '있을 때 잘해'라는 귀결이 기다리고 있는 듯 하여

차라리 상상도 못 할 과격하고 기발한 스토리에 더 끌립니다.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는 '이웃나라' 일본의 '가족'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런지

 


모르고 읽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만지고 싶게 만들어 놓은 표지와

첫 장, 첫 문장에서부터 발산하는 작가의 삐뚜름한 어투가 마음에 들었을 뿐입니다.

읽다보니 릴리 프랭키 본인의 '성장소설',

거기다 귀엽고 대단한데 때론 지겨운

'엄니'의 죽음을 소설화 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눈물도 좀 났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를 기억해 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일본 작가들의 뭔가 있어보이는 몽환적인 분위기_릠이 보기엔 청승맞기 그지없는_에 비해

릴리 프랭키의 문체는 담백하고 위트 있습니다.
엄니의 후덕한 인심과 음식솜씨, 일본의 옛 시골동네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도

어르신 특유의 "우리 땐 말이지-"하는 뻐김이 드러나지 않아 좋습니다.
번역도 괜찮습니다.

"그런 거여, 아닌겨."하는 식의 우리말 사투리로 번역을 해 시대상황과 잘 맞아 떨어져 친근감 있게 다가오지요.

읽다보면 엄니와 마사야(릴리 프랭키의 본명)의 순박하고 순진한 모습에 정이 마구 가버립니다.


도대체 가족이란 뭘까요?


정답을 바라진 않습니다.

다만 릠은 아직 힌트도 도움말도 못찾겠어서 개인적으로 지리멸렬한 문제입니다.
어떤 학자는 세상의 훌륭한 위인들이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개인으로서 이룩한 업적을 열거하며

'인간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역설합니다.

내 가족만 잘 되면 남의 가족은 파멸되어도 된다는 식의 끔찍한 가족주의는 정말 문제인 건 자명하니까요.


릠은 늘 독립을 꿈꿉니다.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자유로운, 이 세계로부터의 독립.

주제에 경제적인 독립이 우선이라 생각해 용돈이랄지 등으로 가족에게 손벌리지 않으려 애써왔습니다.

여태껏 마음에 사무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적이 있느냐하면 솔직히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내 가정이 '결손가정'이 되는 건 싫다,는 매우 치졸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뭐 대수라고, 해야 릠 논리에 맞는 것 같은데.


아무튼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가족을 향한 릠 눈이 하트가 된 건 아닙니다.

그저 본인의 이야기이기에 억지스럽지 않고 진솔한

릴리 프랭키의 '엄니'이야기에 킬킬거리다가

콧등에 애잔함이 좀 남았다는 것입니다.

--  책에서  --

"어린 아이의 하루와 한 해는 농밀하다. 점과 점의 틈새에 다시 무수한 점이 빽빽하게 차있을 만큼 밀도가 높고, 정상적인 시간이 착실한 속도로 착착 진행된다. 어린 아이는 순응성이 뛰어나고 후회를 알지 못하는 생활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일은 냉혹할 만큼 싹둑 잘라내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광태나 변화에 지조라고는 없을 만큼 대담하게 전진하고 변화해 간다.

그들에게는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 같은 건 없다.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 단선 선로처럼 앞뒤로 오락가락하다가 떠민 것처럼 휩쓸려간다. 전진인지 후퇴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모양새로 슬로모션을 '빨리감기' 한 듯한 시간이 달리가 그린 시계처럼 움직인다. 순응성은 떨어지고 뒤를 자꾸 돌아보고 과거를 좀체 끊지 못하고 광채를 추구하는 눈동자는 흐려지고 변화는 좋아하지 않고 멈춰서고 변화의 빛이라고는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파랑새는 내 집안에 있다.

하지만 집안의 새장에 파랑새가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가정이 행복에 감싸이는 건 아니다. 가족 모두가 파랑새를 찾고 원하고 바란다면 저절로 '행복'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가족 중의 한 사람이라도 불새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우선 그 사람의 귀에는 파랑새의 지저귐이 지겹게 들린다. 파랑새를 귀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마저 한심하게 느껴진다.

불새를 잡기 위해서라면 파랑새의 깃털을 뽑아 구워먹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결국 까마귀 무리에 휩쓸린다."
이글은 RJ륌이 Turequest 싸이월드 클럽 에 올린글을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