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J소식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기에.. 그 누구도 영화화할 엄두를 못 냈던 작품... 
그 작품을 영화화했기에 더욱 기대가 된다던 작품...

내가 "눈 먼 자들의 도시"에 대해 들었던 첫 마디였다..

영화의 결론은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던 주인공이 보았던 눈 멀었던 자들은 알고보니 모두 죽은 자들이었다.......... 

라는 식의 황당한 얘기는 아니다..
(내가 영화를 봤다니까 이런 식의 결말아니냐고 물어봤던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한 직장 동료에게 박수를 보내며ㅋ)

물론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영화를 본다면 실망이 클 수도 있는 영화다.

그리고 보는 내내 삶의 연장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과 타인의 존재를 가차없이 내치는 인간의 잔인함과 비열함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름모를 전염병으로 인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없게 된다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은 볼 수 있으나 남편을 위해 수용소 생활을 자청하는 주인공>

이름 모를 바이러스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나라와 사람들이 취한 방법은 격리 수용...

그리고 자신들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무시, 압박...

여기서부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이기심들은 같은 상황 속에 처해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의 자신감과는 달리 조금씩 자신의 처지에 익숙해져가며 세상에 무릎 꿇어가는 주인공의 남편>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누군가를 지배하려는 숨겨진 욕구가 드러난다고 했던가...

볼 수 있는 세상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이가 볼 수 없는 세상의 왕이 되고자 무리를 이끌게 된다.


   <헐리웃 섹시 남미 배우로 손꼽히는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이전과는 다른 악당역을 소화한다.>

이 시기부터 영화는 상당히 거북해진다.

기본적인 욕구에 매달리는 인간의 모습과 이기심 그리고 살기위한 희생...
 
다양한 상황이 섞이게 되면서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면서 약간의 따분함을 느끼기도 했다.

스릴러라 하기엔 지루하고 따분한 느낌을 준다라는 평처럼 전체적으로 감정의 기복을 느끼기엔 힘들다.

물론 거북한 장면과 상황에 대한 답답함만큼은 충분히 느꼈지만...

내가 원작을 못 봤기에 사람들이 칭찬하는 뛰어남을 느끼기엔 무리가 있었던듯 싶다.

대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

우리가 보고 느끼며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가식과 허울들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혼돈 속에 인간이란 존재는 기본적인 욕구에 얼마나 충실해질 수 밖에 없는지...

우리가 만들어 놓은 문명과 사회성은 인간의 잔혹성과 이기심을 감추기 위한 보기 좋은 허울은 아니었는지..

사회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만 믿고 따르고 있는 당신이야말로...

진실된 것을 보지 못하는 눈먼 자는 아닐까....

영화가 끝나면 당신은 짐을 벗어 놓은 듯한 주인공의 표정과는 달리 그 짐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나오는 

듯한 무거운 발걸음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눈먼자들의 도시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2008 / 캐나다, 일본, 미국)
출연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대니 글로버
상세보기